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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서 취업하기

몬트리올 직업학교 이야기

by Kimtl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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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는 내가 캐나다에 왔는지 간략히 소개를 하였고 이번 글에서는 내가 다닌 직업학교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캐나다행을 결심했을 때 나는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무척이나 고민했다. 나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선택지: 대학

 
캐나다의 대학 과정은 3년이고 국제학생의 등록금은 매우 비싸다. 이 선택지는 금전적인 문제가 너무 컸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3년이나 학교에 있기에는 내 나이는 어느덧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불행히도 나에겐 체력도 재력도 없었다.

두 번째 선택지: 대학원

 
내 대학 전공은 국제경영학과 프랑스어였고, 대학원에서는 국제개발협력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이 세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그 어떤 것도 캐나다에서 안정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비즈니스 전공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비즈니스가 나와 맞지 않아 평생 방황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세 번째 선택지: 직업학교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는 1800시간을 이수하는 DEP 과정을 통해 PEQ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캐나다에 정착하기에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1년 반 만에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경험 없이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믿는 구석은 프랑스어와 성실함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내 발목을 붙잡았던 것은, 나름 고학력자로 연구원 소리를 들으며 살다가 캐나다에서 듣도 보도 못한 직업학교에 간다니 주변에서 열 명 중 열 명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냥 대학원 다시 가면 안 돼? 그동안 공부한 게 너무 아깝지 않아?" 물론 나 역시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품위와 명예가 항상 삶의 최우선순위였던 내가 그동안의 고생을 뒤로한 채 0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선택이었다. 부모님 억장 무너지셨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진 모든 걸 두 손에 꽉 쥔 채로 외국 생활의 혜택까지 전부 취하며 살려고 한다는 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뻔뻔한 일인가? 타국에서 먹고살려면 무조건 학력과 명예에 대한 집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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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학비, 및 수업 개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을 좋아했고, 음악과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결국 생뚱맞은 경영학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뭔가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느꼈다. 한 번도 내 전공을 좋아한 적이 없었고, 교양 대신 들었던 프랑스어학과 수업을 더 좋아했다. 어쨌든 내 마음속에는 항상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다면 경영과는 아주 먼 일을 하고 싶었다. 그중 내 관심사에 가장 가까운 것이 디자인이었고, 그래서 CFPV의 Infographie를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라살컬리지를 생각했지만, 학비가 비싸고 맥북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공립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참고로 퀘벡 교육청의 불어 강화 법안으로 인해 캐나다 이민국에서 정한 Designated Learning Institutions (DLI) 리스트에 없는 미인가 사립학교는 이제 PGWP(Post-Graduate Work Permit: 졸업 후 워크퍼밋)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업데이트 하겠다.

내 그룹(코호트)은 2023년 1월에 개강하여 2024년 6월에 졸업하는 일정이었으나 작년 11월 교육청 파업으로 인해 졸업이 한 달 연기되었다. 학기 중 모든 모듈(프랑스어로 Compétence)은 인턴십을 포함하여 총 22개이며 각 모듈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재시험을 봐야 한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채점이 엄격한 편인지 매 모듈마다 탈락자가 있었다. 만약 여러 모듈을 연속해서 fail 할 경우 바로 뒤의 그룹으로 유급된다. 각 그룹별로 2~3명 정도의 유급생들이 생기는 듯하다. 우리 학교는 3개월에 한 번씩 1년에 4회 학기가 개설되며 저녁반도 있다. 학비는 대략 22,000불이었고 매달, 3개월마다, 6개월마다 등 본인 상황에 맞게 지불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교육청을 방문하여 체크로 지불했다.

그렇다면 직업학교에 만족하는가?

 
불어 학교의 커리큘럼은 굉장히 올드한 편이고 모든 수업 자료가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전해 듣기로는, 영어 학교에서는 피그마도 배우고 리브랜딩도 하며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하는데 여기는 정말 구식이다. 교사들도 대부분 할아버지이고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고인 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학생들, 특히 국제학생들이 직업학교에 원대한 꿈을 실현하려고 왔겠는가. 나 역시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고 그래도 생각보다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서 생전 처음 접하는 그래픽 디자인을 나름 재미있게 공부했다. 그러나 졸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 코세라, 클래스 101, 콜로소 강의들을 수강하면서 거의 독학으로 최근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어디든 영어권보다 프랑스어권이 더 구식이고 보수적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영어권 국가들이 프랑스어권에 비해 발전이 앞서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아무튼 그래서 직업학교에 만족하냐고? 뭐 나름 만족한다. 무엇보다 프랑스 유학 경험이 없던 내가 모든 수업을 프랑스어로 들었다는 것이 내게는 큰 도전이었고 동시에 큰 성취감으로 남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참 그리고 최근 퀘벡 법안이 재개정되면서 불어학교 졸업장이 있으면 경력조건을 채우지 않아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불어 직업학교의 최고 장점이다. 빠뜨린 이야기는 틈틈이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졸업식 때 내가 Excellence Award를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며 직업학교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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